차 한 잔

참회록 -윤동주-

홍통사 2017. 7. 25. 07:49

참회록



 

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속에

내 얼굴이 남아있는것은

어느 왕조의 유물이기게

이다지도 욕될가

 

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

- 만 24년 1개월을

-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

 

래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

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

- 그때 그 젊은 나이에

-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

 

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

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

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

슬픈 사람의 뒤모양이

거울속에 나타나온다

 

- 윤동주, '참회록'