차 한 잔

침묵하는 연습

홍통사 2017. 11. 12. 08:13

침묵하는 연습



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
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.  
 
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 
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.  
 
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
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?  
 
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 
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.  
 
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 
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
때를 기다려
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.  
 
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 
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
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 되기를 
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.  
 
침묵하는 연습, 
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,
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
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 
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.  
 
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.  
 
- <그리운 말 한마디> ,유안진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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