별헤는 밤
계절이 자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.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
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이제 다 못헤는 것은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.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.
별 하나에 추억과
별 하나에 사랑과
별 하나에 쓸쓸함과
별 하나에 동경과
별 하나에 시와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.
어머님,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.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
내 이름자를 써 보고
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.
단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.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.
- 윤동주, '별헤는 밤'
'차 한 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장엄한 숲 -김남조- (0) | 2017.07.24 |
---|---|
소낙비 -윤동주- (0) | 2017.07.23 |
이 바람속에 -김남조- (0) | 2017.07.21 |
우유를 따르는 여인 / 명화산책 (0) | 2017.07.19 |
모두를... -윌리엄 셰익스피어- (0) | 2017.07.17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