차 한 잔

별헤는 밤 -윤동주-

홍통사 2017. 7. 22. 08:43

별헤는 밤




 

계절이 자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.

 
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

 

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
이제 다 못헤는 것은
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.
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.

 

별 하나에 추억과

별 하나에 사랑과

별 하나에 쓸쓸함과

별 하나에 동경과

별 하나에 시와
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.

 

어머님,
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.

 
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
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

내 이름자를 써 보고

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.

 

단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.

 
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
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
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.

 

- 윤동주, '별헤는 밤'

 


'차 한 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장엄한 숲 -김남조-  (0) 2017.07.24
소낙비 -윤동주-  (0) 2017.07.23
이 바람속에 -김남조-  (0) 2017.07.21
우유를 따르는 여인 / 명화산책  (0) 2017.07.19
모두를... -윌리엄 셰익스피어-  (0) 2017.07.17